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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하면서 결혼하기 전까지 10년 동안 자취 생활을 했었다.

돈은 없고 입은 많고 먹을 것은 적었던 시절이었다.

자취 생활 시작할 때는 멀건 국에 단무지가 전부일 때도 잦았다.

나중에는 처지가 비슷한 사내들이 모여들어

작은 방에 20명 넘는 식구가 칼잠을 자며 함께 살았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식사 당번을 해야 했는데,

내 차례가 되면 고깃국을 먹이고 싶었다.

찜통 비슷한 크기의 냄비에 돼지고기 반 근 넣고

쇠고기 맛 다시다 제일 큰 걸로 두 봉지를 몽땅 넣어 국을 끓였다.

미원만 조미료인 줄 알았던 탓이다.

다시다는 쇠고기 분말인 줄 알았다.

생각하니 그때 식구들에게 참 미안하다.

 

자취방 주변 대학가 식당가는 조미료를 많이 사용했다.

맵고 짜고 자극적일수록 손님을 끌었다.

한 가계가 손님을 끌면,
다른 가계들은 빼앗긴 손님을 찾기 위해 조미료 함량을 높였다.

 

대학가 음식은 점점 매워졌다.

내 입은 그렇게 조미료 맛에 철저히 길들었고

건강은 망가졌다.

 

결혼 후

조미료 대신 사랑을 듬뿍 넣은 반찬을 먹었다.

사랑 맛은 심심했다.

아내의 요리가 맛있긴 했으나

덜 짜고 덜 매운 반찬은 자극에 익숙해진 내 입에

감탄을 나오게 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아내에게 사랑받으려면 반찬 맛있다고 칭찬하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없는 칭찬은 못 하겠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기회가 왔다.

참았던 칭찬을 폭풍처럼 쏟아냈다.

그날

아내는 조미료를 넣었다.

몸 약한 남편 조금이나마 더 먹여보려고…….

 

아내의 입에서 나온 담담한 한 마디 진실은

폭풍 칭찬하던 내 입을 막았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내 영혼은 황야의 벌판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그 후에도 여러 번 폭풍이 불고 황야를 헤맨 후에야

나는 조미료 맛을 벗어나 음식의 제맛을 알게 되었다.

그 음식이 나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도 느낀다.

 

 

각종 예화나 간증으로 맛을 낸 조미료 복음은

복음의 참맛을 막아버린다.

조미료 맛을 음식 맛으로 착각하게 한다.

 

더 강렬한 조미료를 찾게 한다.

 

죄 된 우리네 욕망은 죄의 맛을 기억하고 있어서

본성적으로는 복음에 기초한 바른 교훈을 저항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네 욕망의 발걸음을 막고 우리의 죄 된 소망을 꺾기 때문이다.

빙빙 돌려가며 우회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금지하고 명령하는 말씀들도 많다.

흡사 죄의 맛을 그리워하는 우리 심령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양날 검 같다.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치 말라는

요한 사도의 말씀 앞에 서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성령의 영감을 받은 사도들의 말씀은 현실을 무시한 소리가 아니다.

너무 가혹하고 냉정한 말씀도 아니다.

수신 교회에 가장 적실한 말씀이었고,
가장 사랑이 풍성하게 담긴 말씀이기도하다.

후대 교회에도 그러한 말씀이다.
 

사도의 말씀 그대로 듣기가 부담스럽다면

우리네 영혼은 조미료에 길들어 있는 것이다.

죄의 맛에 길든 우리네가

복음 자체의 맛을 느끼려면 조미료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

 

나도 복음을 받아들이기 쉽고 편하게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감동적이기까지 하면 더 좋겠다.

이왕이면 맛난 반찬으로 제공하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설교를 할수록 맛 내는 실력이 도리어 줄어드는 것 같다.

그럴지라도 복음에 조미료를 듬뿍 뿌려서 성도들에게 내놓고 싶지는 않다.

 

나는 정말 말씀의 종이 되고 싶다.

주님의 뜻을 바르게 전달하는 전령이 되고 싶다.

유창하게 말을 잘하는 것이 전령에게 흠이 아니지만,

그 유창함이 주인의 뜻을 흐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주인의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설명이 필요할 때도 있겠으나

그 설명이 전령의 뜻을 마음대로 가감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

 

지금도 조미료 뿌린 음식이 입에 당기지만,

뒷맛의 개운치 못함 때문에 점점 멀리하게 된다.

아내의 사랑 담긴 반찬이 훨씬 좋다.

조미료 듬뿍 뿌린 반찬에서 겨우 벗어나

음식의 참맛을 느끼고 있는 나처럼

우리 성도에게도 말씀의 참맛을 보여주는 설교자가 되고 싶다.

말씀에 담긴 주님의 뜻을 잘 드러내서

말씀 자체에 있는 고유의 맛을 느끼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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