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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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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환 목사의 별세를 애도하며

< 김승식 목사, 인천 영광교회 원로 >

 

그의 곁에는 언제나 여러 나라에서 온 선교사들이 많았습니다

 

 

금요일 아침 일찍 카톡 방에 올라온 최일환 목사의 갑작스런 비보는 믿기 어려워 처음엔 그다지 마음에 담지 않았습니다. “에이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무슨 착오가 있었겠지…“ 확인도 안 해보고 하루를 보내던 나는 그 비보가 사실임을 깨닫게 되었을 때 황망함과 충격 속에 빠져 들었습니다.

 

“청천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을 쓴 어느 동역자의 놀라움은 그를 알고 지내던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파장으로 몰아쳤습니다. 평소에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누구도 쉽게 수긍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주님, 차라리 저를 데려가시지… 저야 살만큼 살지 않았습니까? 어찌하여 귀한 종을 그렇게 빨리, 급작스럽게 데려 가십니까? 아직도 할 일이 많은 종이건만……” 자연스럽게 비탄이 흘러나왔습니다.

지난 5월 귀국했을 때 장안중앙교회에서 만나던 모습, 대화하던 모습이 생생히 떠올랐습니다. “형님, 문제가 생겨 강의하러 가시려던 C국 계획을 당분간 미루셔야 되겠어요. 며칠 전 공안원들이 신학교에 들이 닥쳤어요. 기도해 주세요.”  “형님 교인 수가 자꾸 줄어들어 힘이 드네요.” 선교의 열정은 시들 줄 모르는데 그 열정을 뒷받침해야할 교회가 약해진다는 말에 마음이 짠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의 오지랖은 은퇴 목사님들의 노후 걱정까지 이어졌습니다.

 

앞으로 많은 교역자들이 은퇴하게 될 터인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말에 어찌 공감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 날 광고 시간에는 어느 은퇴 목사님을 위한 헌금을 한다고 했는데 생활대책이 안 돼 폐지를 줍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은퇴 후 이렇게 뉴질랜드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는 나 자신이 무척이나 송구스럽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최 목사를 알고 지낸 세월은 30년이 넘습니다. 그 중에서도 잊지 못할 일을 몇 가지 추억해 보며 고인을 기리고자 합니다.

 

28년 전인가, 어느 초라한 이층을 세 얻어 개척교회를 시작했습니다. 부흥회 초빙을 받아 갔는데 부흥회를 마치면서 소위 강사란 자가 하마터면 평생 나 자신에게는 후회가 되고 최 목사에게는 큰 상처를 안겨줄 말을 내뱉을 뻔 했습니다. 그 말을 이것이었습니다.

“최 강도사 꼭 목회를 해야겠어? 내 개인적 생각은 목회 길을 그만 두는 게 어때?”

 

초라한 교회의 모습, 그리고 장애의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그의 처지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성공적인 목회자가 되기에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사실 그 당시는 지금보다 장애가 훨씬 더 심했습니다. 후에 두어 차례 수술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그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동시에 그에 대한 존경심이 더 해 갔습니다. 그도 나에 대해 존경과 사랑을 표해왔지만 그보다 내가 그를 더 사랑하고 존경해 왔습니다. 나이도 어리고 신학교도 한참 후배였지만 정말 존경스러운 동역자였습니다.

 

두 번째 잊혀 지지 않는 일은 대학원 졸업여행 때였습니다.

 

신학교는 후배였지만 대학원은 동기가 되어 함께 설악산과 동해안을 여행하게 되었습니다. 살악산에서는 금강굴을 올라갔다 오게 되었는데 양손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코스가 많아 우리 일행은 당연히 최 목사가 포기하고 산 아래서 기다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2/3나 하산했는데 최 목사가 혼자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금방 날이 저물어 갈 테고 철 사다리도 차가운 데 한 손만 사용해야 하는 그에게는 도저히 무리한 산행이었습니다. 모두들 반대를 했고 특히 인솔자인 나는 심하게 반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는 혼자 금강굴 코스를 주파하고 내려왔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집니다. 그의 고집스러움에 화를 낼 줄은 알았지만 함께 동행 할 생각조차 못한 속 좁음에 대해 말입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당시 최 목사는 이렇게 생각하고 가히 필사적으로 도전했다고 합니다. “내가 이 등반에 실패하면 목회에 실패한다! 반드시 주파해야 목회할 수 있다!”

장애는 분명 그에게 마이너스였지만 남에게 없는 집념과 도전력은 플러스로 주어진 것이었습니다. 장애는 오히려 그에게 더 큰 동기부여와 도전이 되어 그를 큰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최 목사님에 대한 일화를 말할 때 반드시 하고 싶은 말은 입양에 대한 일입니다.

내 자녀가 없는 것도 아니고 생활이 넉넉한 것도 아니건만 그는 입양을 추진하여 결국 아들 하나를 막내로 입양하여 훌륭히 키워냈습니다. 처음 그 일을 추진할 때 내가 알기에 주변의 반대는 아주 극심했습니다.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여 입양을 성공시킵니다.

 

그런데 아주 재미난 일이 있습니다. 그 아이가 더 댓 살 정도 되었을 때 “사모님 어때요?” 늦게 얻은 자식을 키우는 사모님이 좀 안쓰러워 질문을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김 목사님, 저 최 목사 없으면 살아도 우리 기성이 없으면 못 살아요.”

사실 나도 입양을 꿈꾸던 사람 중에 하나였지만, 그게 어디 남편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던가요! 나는 실천 못한 그 일을 해 낸 두 분께, 특히 사모님께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교에 대한 최 목사님의 열정은 조금만 그를 가까이 한 사람들이라면 잘 알 고 있기에 제가 일일이 예를 들지 않겠습니다.

장안중안교회를 방문할 때면 언제나 이런 저런 선교사들을 만나게 됩니다. 고국 방문을 한 동기 선교사들, 안식년을 맞은 후배 선교사들, 난 잘 알지도 못하는 선교사들이 늘 한 두 명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그 만큼 그의 그늘이 넓다는 말이죠. 저는 대놓고 말했습니다. “최 목사 존경스럽다. 훌륭해! 난 최 목사처럼 그렇게 못해!”

지난 5월 방문 때는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 벽보에 교회 청년들 이름이 빼곡이 적혀있고 그들이 맡아 기도할 국가들이 나란히 적혀져 있었습니다. 결코 크지 않은 목사, 결코 큰 교회는 아니었지만 그는 큰 목사였고 선교의 열정이 가득한 그 교회는 큰 교회였습니다.

최 목사님에 대한 비보를 접한 저는 솔직히 하나님께 대한 섭섭함이나 저항 같은 게 느껴져 한 동안 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데려갈 사람은 데려가지 않으시고 아직도 우리 곁에 있어야 할 사람들을 홀연히 데려 가실 때 느끼는 회의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분의 종이기에, 결국 그 분의 섭리와 주권 앞에 굴복해야할 종이기에 순종할 수밖에 없겠지요.

 

사랑하는 최 목사님!

다시 만날 때 까지 주님 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이곳에서 평소에 기도해 오던 내용들을 이제는 주님께 직접 아뢰실 수 있으니 좋으시겠네요!

우리 모두 최 목사님을 오래 오래 잊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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