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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교회

박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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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암 신학 강좌 전에 정암 대한 귀한 책을 유 영기 교수님을 중심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기고한 글을 미리 올려 봅니다. 같이 박 윤선 목사님을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박윤선 목사님을 가까이서 뵈옵고 모신 분들은 많이 있을 것입니다. 박 목사님을 늘 멀리서 뵈옵던 우리들 학생들에게는 늘 박 목사님을 지근에서 모시던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박 목사님과 관련된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평소에 박 목사님께서 설교하시고 말씀하시고 강조하시던 그 목소리가 되울리는 것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박 목사님은 우리들에게는 일종의 전설이셨습니다. 당신께서 살아 계실 때부터도 말입니다. 장로교회에서 자라난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였듯이, 우리들의 모든 목사님들의 선생님이시요, 우리들의 모든 목사님들이 자랑스럽게 박 목사님의 말씀을 하시고, 박 목사님의 주석을 인용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자라난 우리들에게 박 목사님은 전설이셨습니다. 그 박 목사님께서 신구약 주석을 완간(完刊)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또 총신대학교 강당에서 있었던 주석 완간 감사예배에 참여하면서 박 목사님으로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드리면서 큰 기쁨을 얻었습니다. 그즈음에 대학원장으로 취임하신 박 목사님의 설교도 학교 채플 시간에 들을 수 있었고, 신약학 강의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박 목사님의 설교와 강의를 듣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큰 영적인 축복이요 기쁨(a spiritual treat)이었습니다. 박 목사님께서 강조하시는 말씀, 말씀을 우리들은 항상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박 목사님의 설교는 우리를 하나님 앞에 세웠고,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귀하에 여기면서 그 교훈을 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주 분명하게 해 주었습니다. 성경을 정확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실질적으로 가르쳐 주셨습니다. 때때로 학교 채플에서 있었던 성경과 관계없는 이야기들이나 성경을 풀이하되 매우 이상하게 설명하던 설교들이나 성경에 대한 피상적 접근들과는 달리 박 목사님께서 과연 이 본문을 어떻게 설명하여 주실까 하는 것이 항상 우리의 관심이었습니다. 더구나 당신의 삶과 인격의 무게가 실린 박 목사님의 설교는 항상 성경의 뜻을 더 밝히 해 주셨고, 성경의 가르침을 우리에게 클로우즈 업(close-up)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교단의 정치적 문제 때문에 신대원 학생들이 교단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학교, 그저 성경과 교수님들의 개혁 신학을 바로 배워 그대로 목회할 수 있는 새로운 학교를 세워주기를 요청하고, 이 요청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신 대부분의 교수님들께서 새로운 학교를 세우시는 것에 동의하시고 박 목사님께서도 이에 동참하기로 하셨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신대원 과정은 박 목사님과 대부분의 교수님들께서 수종들어 세우기 원하시는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그것은 우리 학생들에게는 그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어른들은 교단과 관련해서 다른 이야기를 할 때도, 또 어떤 친구들은 교육 전도사 자리를 사임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에게는 남서울교회 지하실에 있는 합동신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매우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 때를 생각할 때마다 저는 합동신학교에 장소를 허락해 주신 남서울교회 성도님들과 담임 목사님이셨던 홍정길 목사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년 동안 교우들이 많이 불편했을 텐데도 남서울교회는 그 불편을 감수해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또한 그 시기의 저의 선배되시는 1-4회 선배님들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듣기로 이 선배님들은 이 새로운 학교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교단에서 허락하지 않아서 평생 목사가 못되고 평생 전도사로 섬길지라도 성경과 교수님들께서 가르치시는 대로 목회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고 합니다. 희생을 각오하고 나아가신 이 선배님들은 참으로 개척 정신을 가진 분들이었고, 성경에 충실한 개혁신학을 배워서 개혁파적으로 목회하겠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신 역사적 인물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우리들은 교회사 속에서만 보던 진리를 위해 희생하고 평생을 그것을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을 바로 우리의 눈앞에서 보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우리 합신의 모든 졸업생들이 바로 이 정신으로 계속해서 목회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개혁 신학적 목회야 말로 합신이 이 세상에 있는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것이 나의 선배들이 보여준 정신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박 목사님과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따라 가는 것이 동시에 이런 진정한 개척 정신을 지닌 귀한 선배님들을 따라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선배님들과 저희들에게 박 목사님께서는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정신과 지사충성(至死忠誠)의 자세를 강조하셨습니다. 그야말로 주마가편(走馬加鞭)이었습니다. 박 목사님의 강조에 따라 학력을 위조해서 총신에 입학했다가 합신으로 따라 나왔던 선배 한분은 이런 사람이 신학을 하면 안 된다고 판단하시고 신학과 목회의 길을 그만 두고 돌아 가셨다는 말씀도 들었고, “공부하다가 죽었다는 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박 목사님의 말씀 때문에 그야말로 열심히 공부하시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교수님들께서는 우리들의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셨겠지만, 그 때 우리에게는 공부하는 것과 경건한 것은 별개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사는 자세로 공부했고, 개혁신학이 가르치는 대로 우리들의 교회가 변할 것을 기대하고 그렇게 목회하기를 원했습니다.


 

박 목사님께서 설교를 담당하신 날은 강대상에 서시어 언제나 양복 안주머니에서 설교 원고를 꺼내어 강대에 놓고 설교하셨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번 그러시겠거니 했으나, 제가 기억하는 한, 박 목사님께서는 항상 그렇게 하셨던 것 같았습니다. 주석을 완간하신 박 목사님께서도 설교하실 때는 항상 새롭게 설교를 준비하신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설교 시간 전까지 준비하신 그 내용을 항상 심장 가까운 곳에 두시기 원하시며, 그 심장으로부터 전하는 심령으로 말씀을 전하시려고 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로 박 목사님께 이것에 대해 감히 묻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마 그런 심정으로 그리하셨으리라고 짐작해 봅니다. 훗날 하늘에게 박 목사님께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박 목사님의 설교와 강의 속에서 항상 강조 되는 말은 “성경이 자증하시는 하나님”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특히 변증학 강의에서 박 목사님은 항상 “성경이 자증하시는 하나님”을 강조하셨고, 그 분을 위한 변증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진실함”, “교역은 하나님의 일을 수종드는 것이라는 것” 등이 강조되었습니다. 따라서 교만이라는 것은 그리스도인과 특히 교역자에게는 있을 수 없는 것임을 아주 자명하게 만드셨습니다. “성령님의 감화 없이 목회하라는 것은 목사에게는 가장 큰 욕이다”라고 하신 말씀도 강하게 기억합니다. 개혁신학의 강조를 따라서 말씀과 성령님을 늘 연관시키면서 제시해 주셨습니다. 성령님께 충성하는 것은 바로 하나님 말씀에 충실하는 것임을 아주 분명히 해 주셨습니다. 박 목사님의 가르침에 의하면 개혁 신학에서 성령론이 약하다든지 부족한 것이 있다든지 하는 말은 있을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항상 성령님께 온전히 충성할 것을 가르치시는 박 목사님은 언제나 성경에 충실하셨습니다.


 

합신에서 특히 강조하신 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전체 교회의 모습을 제시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목사님께서는 노회와 총회가 상회(上會)가 아니며, 더 높은 기관이 아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는 더 넓은 회의체라는 것을 개혁신학의 정신에 따라 매우 강조하셨습니다. 그 누구도 주관하는 자세를 가지지 않도록 하시려는 그 정신이 박 목사님의 강조점에 고스란히 나타나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박 목사님께서는 ‘당회장’, ‘노회장’, ‘총회장’이라는 용어들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셨고, 회의할 때만 ‘당회 의장’, ‘노회 의장’, ‘총회 의장’이라고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총회는 개회할 때마다 새로 조직하는 이유가 지난번에 폐회(閉會)함과 동시에 파회(罷會)되기 때문이라는 것도 강조하셨습니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전혀 경험하지 못하던 장로교회의 정신을 잘 드러내어 주셨던 것입니다. 이런 것을 합신의 헌법에 반영하셔서 그 헌법을 학생들에게 손수 가르치신 그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박 목사님께서는 항상 하나님을 언급하실 때 “당신님”이라고 지칭하셨습니다. 기도 중에서나 설교에서나 강의에서도 성부, 선자, 성령 하나님을 지칭하실 때 독특하게 사용되던 박 목사님의 독특한 표현법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경외가 잘 나타나는 말버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로 하여금 당신님의 뜻을 잘 배워 알게 하옵시고, 당신님의 나라 백성 역할을 잘 감당하게 하여 주옵소서.”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하시던 박 목사님의 그 기도와 심지어 말버릇까지도 우리에게 나타나기를 원합니다.


 

그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그대로 있어서 학교와 합신 교단과 다른 교단들도 모두 박 목사님의 이런 강조점과 개혁 신학적 가르침을 배우고 구현해 보려고 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박 목사님은 우리만의 박 목사님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박 목사님의 가르침을 한국 교회 전체가 잘 받아 나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 합신과 합신 교단의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말로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박 목사님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그런 은혜를 주시기 원합니다.


박 목사님을 감히 저의 은사님이라고 부를 수 있도록

귀한 가르침의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박 목사님으로 인해 감사드리면서


항상 부족한 제자 이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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